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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부하는 덥지도 않은지 하얀 실험복 같은 것을 입은 채로, 쿠즈미와 시마를 맞이한다.

그들이 온 것을 보더니 다른 곳으로 사라진다.

있잖아, 시마쨩. 기억나? 뭘 말하는 거지. 시마쨩은 지금, 파트너가 누구인지 기억해? 그 말에 시마는 미간을 좁힌다. 이, 부키. 더듬거리며 혀는 제멋대로 이름을 속삭인다. 그래, 맞아. 기억하는구나. 생각보다 매정하지 않네. 그것은 매정함과 매정하지 않음의 문제가 아닌 당연함이라고 생각해 시마는 구겨진 얼굴을 펼 수 없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려는 거야. 혹시나 확인해본 거야. 다른 세계의 시마라면, 당장 옆에 있어야 할 파트너 같은 거 나 몰라라 할 수도 있거든. 그런 일은 없어. 그래서, 설명해. 뭘 꾸미고 있는 거지? 쿠즈미는 즐거워 보이는 얼굴로 시마를 바라본다. 시마쨩보다 나를 먼저 찾아온 사람이 있었어. 바로바로! 짠!

어디선가 수레를 끄는 소리가 들린다.

평평하지 못한 지면을 바퀴가 쉴 새 없이 덜커덩, 덜커덩.

 

 

그것은 불안의 소리. 노랗게, 램프가 빛나다 못해 유리가 깨질 것 같은 소리. 또 한 번의 미스와 또 한 번의 찬스와 또 한 번의 스위치. 시마는 목이 뻣뻣하게 굳은 채로 쿠즈미에게 가까워지는 수레를 눈으로만 좇는다. 하얀 실험복과 하얀 재킷, 창백한 얼굴. 낯이 익다. 넌 어떻게 된 게, 흰옷을 입었는데 빨래 걱정을 안 하냐. 타박하다 못해 신기함을 가득 담은 문장에 그가 뭐라고 답했더라. 시마쨩, 표백제에 담그면 효과 최고인걸! 그렇게 말했던가, 아니면. 시마, 나는 더럽혀도 더렵혀지지 않는 남자, 이부키 아이라고! 그렇게 말했나. 잘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입고 있는 옷이 시마를 향해 손바닥을 펼쳤던 날만큼 하얗다는 것은 분명해서. 시마는 주먹을 움켜쥔다. 무슨 짓이야. 그의 부하가 이부키를 두고 떠난다.

남아 있는 이는 시마와 쿠즈미와 이부키뿐.

 

무슨 짓이긴, 시마가 외로울까 봐 파트너를 데려왔어. 정신을 잃은 이부키의 앞에 쿠즈미가 주저앉는다. 그리고는 시마를 향해 히죽, 웃으며 이부키의 코를 붙잡고 손바닥으로 입을 틀어막는다. 움찔, 시마는 떨어진 자리에서도 이부키가 꿈틀거리는 것이 선명하게 보인다. 멋 내기 안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일까. 안경을 썼더라면, 속이 덜 뒤틀렸을까. 그러니까 한 번 더 물어볼게. 시마, 정말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없었어? 이번에는 솔직하게 대답하는 편이 좋을 거야. 나는, 난. 호흡이 가빠진다. 후우,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쉬면서.

 

시마는 허무하게 죽어가는 이부키를 바라보며, 결국 입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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