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퍽, 소리와 함께 뒤통수에 강한 고통이 느껴진다.
시마는 추락한다. 이곳에 홀로 도착한 이상 예정된 추락이다. 위안 삼을 만한 것을 찾으려 애쓴다. 얼얼한 뒤통수에서 무엇이 흘러넘치는지 보이지 않아도 시마는 알고 있다. 흐른 피는 이부키가 있는 곳까지 닿을 수 있을까. 피는 찬물로 지워야 하는데. 쓸모없는 상념이 둥실둥실 떠오른다. 머리가 터졌기 때문에 아무 생각이나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시마는 천천히 눈을 깜박인다. 이부, 키. 쉭쉭, 숨이 잔뜩 섞여 귀를 입술 근처에 붙이지 않으면 알아들을 수 없는 이름을 불러본다. 이부키라면, 이 목소리를 들을지도. 조금은 긍정적인 생각을 해보려 애쓴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다. 그래서 시마는 겨우 눈만 깜박인다. 겨우, 눈만 깜박이며 겨우 이부키만 눈에 담아본다.
피가 빠져나가는 속도에 맞춰 정신도 꺼져간다. 시야가 까맣게 물든다. 시마쨩, 어떡할래? 마지막 기회가 남아 있어. 뭐, 시마쨩이 죽는 건 변함없지만 말이야. 마지막 찬스는 붙잡기를 바라, 웅웅, 꼭 물속에 잠긴 듯이 쿠즈미의 목소리가 메아리친다. 그가 뭐라 떠들건 시마는 중요하지 않다. 목숨은 돌릴 수 없으니까. 신이 그를 가여워할 이유 따위, 어디에도 없으니까. 그렇지만 이부키가 일어나면 슬퍼할 거로 생각한다. 정이 많은 녀석이니까.
그래서 마지막으로 시마는 __________를 떠올리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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