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슨 일이 있어도 용서할 수 없다면, 어떡할래?
이부키 아이가 눈을 뜬다. 속이 울렁거려 천천히 침을 넘긴다. 꼭 위장을 꺼내 마구 흔들었다가 끼워 넣은 듯한 기분이라 토할 것 같다. 출발하지 않은 배에서도 멀미를 할 수 있나. 어쩌면 배 자체와 맞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갑판은 고요하다. 그는 자리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난다. 주위를 둘러본다. …어째서 혼자지? 그것참, 이상한 일이다. 분명, 그는 목소리를 들었다. 시마, 시마! 머릿속을 스친 이름을 불러본다.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대신 타박타박,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보라색 셔츠, 도넛 EP, 쿠즈미.
깼어? 좋은 아침!
뻔뻔하리만큼 밝게 인사하는 모습에 이부키가 경계한다. 너, 시마를 어떻게 한 거야.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너는 여기 줄곧 혼자였다고? 웃기지 마. 시마는 나를 찾으러 왔어. 자신감 과잉이야. 뭐? 시마쨩은 말이지. 너를 믿지 말걸 그랬다고 했어. 너를 믿어서 전부, 이런 일이 벌어진 거라고 말이야. 그게 무슨. 그래서 온 거잖아? 시마쨩에게 버려지고 금방 욱해선 나를 찾아온 네가, 그러니까 잃어버린 거야. 네가 일으킨 결과라고. 이부키는 여유롭게 서서 어딘가를 가리키는 쿠즈미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움직인다. 아. 뚝, 뚝. 떨어지는. 붉은 피.
이부키는 달려가 문을 연다. 쿵, 하고 쓰러지는 몸은 옅게 호흡하고 있다. 윽, 으윽, 시마가 죽어가고 있다. 시마, 시마. 이부키가 그의 이름을 애달프게 부르며 겨안는다. 어떡할래? 시간을 돌려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결말은 선택할 수 있어. 잘 선택해, 파트너가 만들어준 기회야. 지금이라면, 살인죄로 나를 잡을 수 있을 테니까.
붙잡을래, 아니면.
가여운 시마. 생명선이 짧더라고. 이만, 선택할 시간이야. “형사님.” 이부키는 눈에 떨어져 있던 총이 들어온다. 그게 왜 거기 떨어져 있는지, 누가 먼저 왜 총을 잡아야 했는지 이부키는 알 수 없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총을 움켜쥔다. 그런데.
“이, 부키.”
시마가 그의 팔을 붙잡는다. 마지막 힘을 짜내 총을 움켜쥐지 못하도록 막는다. 이부, 키. 이 사람은 어째서 마지막까지 이렇게나. 형사다운 걸까. 울음이 금방이라도 목구멍에서 넘칠 듯이 차오른다. 시마, 미안해. 후, 내쉬는 숨은 몇 초짜리 수명인지. 이부키의 눈물이 시마의 얼굴로 떨어진다. 피와 섞이지만, 지워지지 않는다. 이부키는 여전히 총을 움켜쥔 채로, 시마는 여전히 그런 이부키를 움켜쥔 채로. 꼴딱꼴딱, 실시간으로 넘어가는 숨에서 이부키는 문장을 찾아낼 수 있다. 이, 부, 키. 그의 파트너가 그를 불렀으므로. 그는 대답하는 수밖에 없다. 응, 시마.
갈라지고, 가라앉아 금방이라도 꺼질 듯한 목소리가 웅얼거린 문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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