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떻게든 정해야 한다면, 어떡할래.
이부키 아이가 눈을 뜬다. 속이 울렁거려 겨우 침을 넘긴다. 꼭 위장을 꺼내 마구 흔들었다가 끼워 넣은 듯한 기분이라 불쾌하다. 출발하지 않은 배에서도 멀미를 할 수 있나. 갑판은 고요하다. 그는 자리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난다. 주위를 둘러본다. ···어째서 혼자지? 시마, 시마! 머릿속을 스친 이름을 불러본다. 그러나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그때, 타박타박,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보라색 셔츠, 도넛 EP, 쿠즈미.
깼어? 좋은 아침!
뻔뻔하게 밝게 인사하는 모습에 이부키가 으르렁거린다. 시마를 어쨌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너는 여기 줄곧 혼자였잖아? 웃기지 마. 분명, 시마의 목소리가. 그렇게 파트너가 중요해? 뭐? 시마쨩은 말이지. 너를 믿지 말걸 그랬다고 했어. 너를 믿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말이야. 그게 무슨. 이건 전부 다 네가 일으킨 결과야. 시마쨩에게 버려지고 금방 욱해서 나를 찾아온 네가, 그러니까 잃어버린 거야. 이부키는 어딘가를 가리키는 쿠즈미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움직인다. 아. 뚝, 뚝. 떨어지는. 붉은 피.
이부키는 달려가 문을 연다. 쿵, 하고 쓰러지는 몸은 이미 그가 아는 온도가 아니다. 서늘한 죽음만이 품을 채운다. 어떡할래? 시간을 돌려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결말을 선택할 수는 있어. 파트너가 만들어준 기회야. 지금이라면, 나를 살인죄로 잡을 수 있을 테니까.
붙잡을래, 아니면.
가여운 시마. 생명선이 짧더라고. 선택할 시간이야. “형사님.” 이부키는 입술을 물며, 윽윽, 올라오는 것을 억누른다. 분노와 서글픔과 죄책감이 한데 뒤엉켜 목구멍에 걸린 듯 숨이 막힌다. 그의 눈에 떨어져 있던 총이 들어온다. 그게 왜 거기 떨어져 있는지, 누가 먼저 총을 잡았는지, 어째서 총을 잡아야 했는지 이부키는 알 수 없다. 그저 뜨거운 눈가를 식히고 싶다. 몇 년이 걸릴까, 10년? 10년으로 될까? 가늠하지 못한 채로. 이부키는 총을 움켜쥔다.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게 있어. 그런데도 파트너인 시마쨩은 이해해줄까? 네가, 네가 소중하게 여기던 사람과 똑같은 길을 걷는 걸 알게 되면. 또 한 번, 믿지 말걸 그랬다고 속삭일지도 모르지. 이부키는 딱딱한 시마의 가슴 위로 쓰러진다. 울분, 이부키는 시마가 살아 있다면 쿠즈미를 쏘게 두지 않았을 것을 안다. 뻔하다. 이 엄격한 규칙 마인. 하지만 여기는 쿠즈미와 나뿐이야. 시마, 너조차 없는. 나는, 어떻게 하면 좋아?
이부키는 총을 쥔 채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가 마지막으로 시마에게 들려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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