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시마는 안장에서 엉덩이를 떨어트린 채 세차게 페달을 밟는다. 자전거가 쭉쭉, 앞으로 나간다. 분명 항구 근처인데도 제법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그가 최선을 다해 페달을 밟는 동안 여러 사람이 스쳐 지나갔다. 할머니와 손녀, 세 가족, 고등학생들, 연인. 그들이 웃으며 지나가는 모습을 지켜볼 새도 없이 시마는 속도를 올려야만 했다. 쿠즈미가 도망가기 전에 한 바퀴를 채우려 한다. 그러나 시마는 어쩐지, 쿠즈미가 도망가 있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평소의 그라면 절대 쓰지 않을. 「감」이라고 해야 할까. 뻑뻑한 페달을 착실히 밟는데 바람 한번 불지 않는다. 이마에 땀이 맺히는데 식혀주는 게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잔뜩 헐떡거리는 채로 그는 꼬박 한 바퀴를 채운다.

 

보라색 셔츠를 입은 쿠즈미가 정말 도망가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다. 무려 손까지 흔든다. 시마쨩, 여기야 여기! 반가운 척하는 모습이 가증스러워 아랫입술을 깨문다. 자전거는 쿠즈미의 앞에 멈추어 선다.

어땠어? 날씨 좋지?

너만 잡아 넣으면 더 완벽한 날이 될 것 같군.
성급하기는. 아직 선택이 남았어. 

선택? 시마가 손등으로 땀을 훔치며 묻는다. 그대로 시마가 자전거에서 내릴지, 내릴지 않을지. 선택할 시간이야. 뭐? 자전거에서 내리면 시마를 쏠 거야. 하지만 내리지 않으면 쏘지 않겠지. 시마는 목숨을 지킬 수 있어. 대신 나를 놓치는 거고. 어떻게 할래? 뭐가 좋겠어? 

시간을 돌린다 어쩐다 하더니, 역시. 전부 말뿐이었나. 뭐, 믿지도 않았지만. 글쎄, 이 선택으로 많은 게 달라질 거라 선택지는 어쩔 수 없었는걸. 이해해줘.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