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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퍽, 소리와 함께 뒤통수에 강한 고통이 느껴진다.

 

​시마는 추락한다. 이곳에 홀로 도착한 이상 예정된 추락이다. 손가락을 움직인다. 아직은 버틸 만하다. 이부, 키. 잔뜩 가라앉은 부름은 가래처럼 시마의 입술 새로 쏟아진다. 손톱이 부러지고, 손바닥에 생채기가 나도 시마는 조금이라도 더 기어가보려 애쓴다. 그가 지키지 못한 파트너를 향하여. 아니지, 그는 누군가에 의해 지켜질 사람이 아니다. 따라서 시마 카즈미가 실패한 것은 글쎄, 무어라 설명할 수 있을까. 터진 머리에서 피뿐만 아니라 후회가 넘쳐흐른다. 콸콸, 흘러나온 것은 주워담을 수 없다.

 

이, 부키. 일어, 나. 분명 이부키에게 자신의 목소리가 닿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시마는 가까스로 이부키와 비교적 가까운 곳까지 도착한다. 그러나 언제나 절망은 감격의 문턱에 도사리고 있다고. 시마쨩, 필사적이네. 파트너 따위, 일시적인 거잖아? 다른 곳으로 이동되면 잊어버릴. 아무것도 아닌 과거의 부스러기일 뿐이잖아? 그런데 이렇게까지 하다니. 불쌍하구나. 그의 앞에 쪼그려 앉은 쿠즈미가 내려다보며 무어라 웅얼거린다. 그가 무어라 떠들든 시마는 이부키를 깨워야만 한다. 일어, 나. 적어도 너는. 너는 뭐? 이미 이 지경이 됐는데 올바르게 남을 수 있을까? 의외로 뻔뻔하고 낙천적인 구석이 있네. 쿠즈미가 시마의 뺨을 툭, 치며 말한다.

 

시마 카즈미는 매번 늦지.

 

제시간에 도착한 적이 한 번도 없어. 잔인한 속삭임은 전부 사실이다. 시마의 찢어진 상처를 후벼 판다. 손바닥이 얼얼하다. 유감이야, 시마쨩. 그래도 나는 너그러우니까. 마지막 기회를 줄게. 피가 빠져나가는 만큼 아주 느리게 정신이 꺼져간다. 이부키가 깨어날 때, 그는 인사를 남길 수 있을까? 부디, 쿠즈미가 말한 기회가 그 정도로 자비로운 것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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