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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는 주먹을 꽉 쥔 채로 넥타이를 잘 매지 못한다고 말한다.

생각보다 순순히 대답한 이유는 시간을 끌기 위함이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도 머리가 핑핑 잘도 돌아간다. 동시에 구태여 거짓을 말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매듭을 짓는 일은 오래 전부터 그가 해내지 못했으며, 굳이 해낼 필요 없다고 생각한 일이다. 그의 답을 들은 쿠즈미는 의외라는 듯이 바라보았다.

아하, 천하의 형사님도 못하는 게 있구나.

형사는 만능의 존재가 아니야.

무게중심이 무너져 시마는 배에서 내려 걷는 동안 몇 번씩 고꾸라질 뻔 한다. 쿠즈미는 휘청거릴 때마다 한 번씩 멈추어 선다. 물론, 그의 도움 따위 받을 생각은 없으니 꾸역꾸역 다리에 힘을 준다. 하지만 남을 위해 발버둥치는 거, 경찰 정도밖에 없는 것 같은데. 쿠즈미가 검지로 시마를 콕, 가리킨다. 경찰, 시마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내쉰다. 피가 통하지 않는 손에 감각이 무뎌진다. 그렇게 끝은 천천히 죽어갈 것이다. 어쩌면 도려내야 할지도.

답답하지 않아? 경찰로 사는 거. 권력이니 뭐니, 좀 더 마음대로 하면 좋잖아. 즐겁고. 멍청하게 즐기는 세상! 권력은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냉정하구나. 그렇지만 시마쨩한테도 정의감이 있지 않아? 그러니까 혼자 여기 있는 거잖아. 나를 잡으러. 파트너도 없이 무작정 말이야. 내 파트너는. 알아, 둘 다 시마와 다르지? 그래서 믿을 수 없어. 시마는 그런 사람이야. 평생 자신도, 타인도 믿지 않는 사람.

둘? 시마의 미간이 좁아진다.

그래 둘, 쿠즈미는 중요하지 않다는 듯 답하며 주머니에서 기다란 천을 하나 꺼낸다. 아, 넥타이다. 그는 순식간에 넥타이를 묶는다. 서툴기는커녕 능숙하게 만들어진 매듭과 동그란 고리. 그 고리 속으로 쏙, 머리를 넣는다. 시마의 파트너가 되려면 넥타이를 잘 매야겠네. 언밸런스한 차림으로 그는 히죽, 웃는다. 목에 건 넥타이가 흔들리다가. 쿠즈미가 넥타이를 풀러 아무 데나 던진다. 어떡할래? 걸으니까 목이 마르지 않아? 뭐라도 마시자고. 이렇게 된 거, 시마도 조금 더 즐기면 좋잖아? 저 혼자 떠들던 그는 길을 앞장선다.

시마에게 선택권은 없다.

쿠즈미를 잡으려면, 그를 쫓아가는 수밖에.

​그렇게 둘은 한 술집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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