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에 들어가자 쿠즈미는 손수 시마의 두 손을 풀어준다. 이대로 제압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확실한 증거를 잡고자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앉아, 시마쨩. 바텐더의 앞에 앉은 쿠즈미는 옆자리를 권한다. 시마는 한 칸 떨어진 자리에 앉아 그를 지켜보았다. 그는 멜론소다를 시켰다. 바에 와서. 시마쨩은 뭐 마실래? 쿠즈미가 물었다. 필요없어. 시마는 거절했으나 쿠즈미는 제 마음대로 바텐더에게 가까이 다가가 귓속말을 했다. 다른 한 잔은 그걸로. 약이라도 타려는 건가, 시마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쿠즈미가 두 손을 펼쳐 보인다. 진정해. 평범하게 주문했을 뿐이니까.
시마는 일단 자리에 앉아 바텐더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본다. 그는 멜론소다부터 만들었다. 초록색 액체에 체리까지 띄워 쿠즈미의 앞에 두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시마쨩, 이제 선택할 시간이야.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목숨이 돌아올 수 있다면. 너는 어떻게 할래?
말했잖아. 가능하다고 해도 네 도움 따위 받지 않겠다고. 아니, 시마쨩은 정하게 될 거야. 무조건 하나를 선택해야 해. 시마쨩이 돌릴 수 있는 건 하나밖에 없거든. 쿠즈미는 등 뒤에 숨겨 두었는지, 총을 꺼내 시마를 겨눴다. 자, 선물이야. 산타는 한 해 동안 착하게 산 시마쨩을 위해 준비했지.
때마침, 바텐더가 그의 앞에 잔을 하나 내려놓는다. 위스키 온 더 락, 글린 그리안. 얼음이 담긴 잔에서는 한때 그가 제법 좋아했던 향이 풍기고 있다. 어쩔래, 위스키를 마실래 아니면 마시지 않을래. 드디어 협박죄가 성립하는군. 협박이라니 도와주는 거지. 좀 더 도와줄까? 그러면 힌트라도 줄게.
위스키를 마신다면, 아무일도 없을 거야.
마시지 않는다면, 또 한 번 후회할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