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마는 달리기, 라고 답한다.
딱히 달리기가 느리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쿠즈미의 물음을 듣자마자 휘적휘적, 달리는 어떤 다리가 떠올랐다.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이 길고, 탄력적이던. 누군가의 다리. 그래서 시마가 다른 대답을 생각하기도 전에 입술 새로 '달리기'가 튀어나오고 말았다.
그의 대답에 쿠즈미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달리기가 느리다는 건 치명적이지. 놓치기 쉬우니까. 그래서 시마쨩은 자전거를 타는 건가? 자전거, 시마는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자전거를 타면 적어도 뒤처지지 않을 테니까. 그래 봤자 이렇게, 혼자인데도? 쿠즈미의 웃음에 시마는 혀를 내밀어 입술을 핥는다. 쿠즈미의 언어는 뱀과 같다. 미끄럽게 사람의 몸을 타고 올라와 목을 조인다. 시마쨩은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네가 나에 대해 뭘 안다고. 아주 많이 알고 있지. 시마쨩이 타인도 자신도 믿지 않다는 것부터 오래 전에 파트너 곁에 없었다는 것까지.
나랑 같아.
그래서 도와주려는 거야. 세상은 도우면서 사는 거니까, 안 그래? 쿠즈미가 뻔뻔하게 어깨를 으쓱, 들었다가 내린다. 가증스러운 모습에 난, 너와 달라—라고 말하려던 시마는 어쩐지 성대가 잘려나간 것처럼 아무말도 할 수 없다. 정말 그렇다면? 타인이 어떻게 되든. 사실은 쿠즈미와 다를 바 없다면? 사실 그는 전부 그만두고 싶은 거라면? 자신을 믿지 않으니 아무런 반박을 할 수 없었다. 시마가 입을 닫든 말든, 대답은 기대도 안 했다는 것처럼 쿠즈미는 홀로 저 멀리 달려간다. 손목이 저려온다. 테이프가 질겨 끊기 힘들다.
이내, 쿠즈미는 어디선가 자전거를 끌고 와 시마의 옆에 선다. 어떻게, 한 바퀴라도 돌고 올래? 음···그 상태로 타는 것도 재미있겠지만 역시 위험하겠지. 이제 와 위험을 따지는 것이 우습다. 그가 벌인 일은 생각도 않고. 시마는 쏘아 붙이려다가 입을 닫는다. 쿠즈미는 순순히 시마의 손을 감고 있던 테이프를 끊는다. 지금이라면, 잡을 수 있을까?
그러나.
철컥, 다른 생각은 하지 마.
뒤에 불이 붙어 버릴 거라고?
뒤통수에 닿아 있는 물건은 분명, 총일 것이다. 쿠즈미는 여상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걱정 마, 도망가지 않을 테니까. 그래서 말인데 자전거 타고 바람이라도 쐬고 오는 게 어떨까, 시마쨩. 네 말을 어떻게 믿지. 믿는 게 아니야, 그야, 시마는 못 믿는 사람인걸. 쿠즈미의 웃음이 뒤통수 어딘가에서 흩어진다. 믿는 게 아니라 선택하는 거야. 한 바퀴를 돌거나? 아니면, 여기서—개죽음을 당하거나.
시마는 어쩔 수 없이 핸들을 붙잡는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끝나는 것은 사양이다.
다녀와, 그때까지 난 시마쨩을 위한 이벤트를 준비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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