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이, 시이마! 우리 다시 출동할 시간이라고?”
시마는 요란한 부름에 깨어난다. 뭐야. 다시 일해야 할 시간이라니까? 시간을 확인하니 그의 기억보다 두 시간 정도 지나 있다. 깜박 잠이 든 듯하다. 미안, 이라고 사과하려다가 시마는 입을 닫는다. 기수는 잘 수 있을 때 자둬야 하고 그런 면에서 본다면 그에게 사과해야 할 일이 아니니까. 그의 파트너는 딱히 사과해도 되지 않을 일에 대하여 사과하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미안하다고 했을 때 좋아서 우동을 나눠주려고 했던 주제에. 시마는 팔을 들어 올려 쭉, 굳은 몸을 푼다. 내일 아침 9시까지, 도쿄 도내 중점밀행. 얼른 와, 안 그러면 두고 간다? 장난스러운 어투에 시마는 눈을 한 번 깜박인 뒤. 이부키. 응?
“가자, 전력으로.”
오, 시마쨩 웬일로 기합이 잔뜩 들어갔네. 좋은 꿈이라도 꿨어? 아니, 최악의 꿈이었어. 시마의 짜증 섞인 대답에 이부키가 웃음을 터트린다. 그렇다면 나도 질 수 없지. 이부키가 시마의 어깨에 팔을 걸친다. 좋아, 도쿄에 있는 나쁜 인간들 전부 잡아 버리자구! 그럴 수 있을 리가 없잖냐. 에에, 방금까지 전력으로 가자고 한 게 누구더라? 시마가 입술을 달싹이다가 고개를 젓는다. 있잖아, 시마. 그를 부르는 이부키의 목소리가 유독 잔잔하다고 생각한다. 바다처럼. 하지만 그가 알고 있는 바다와는 다르게 차갑지도 않고, 새까맣지도 않고, 불안하지도 않다. 시마는 나를 두고 가지 않을 거야. 그치? 라고 동조를 구하는 물음은 이어지지 않는다. 이부키는 홀로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그 결론은.
“비효율적이야.”
당연한 소리를 굳이 말하는 건. 돌려봤자 제자리, 아주 확실한 표지판. 시마의 대답에 이부키가 흐흐, 웃는다. 웃을 일이 많아 좋으시겠어요. 시마가 이부키의 등에 손을 올린 뒤, 세게 민다. 가서 시동이나 걸어. 응, 문단속 잊지 말고! 내가 너냐. 나도 이제 안 잊거든요. 당연한 소리 좀 하지 말라고. 하지만 나는 잔뜩 말해주고 싶은걸. 히죽, 웃는 얼굴은 나이보다 어려 보인다. 시마는 손을 휘휘, 흔들며 재촉한다. 얼른 와, 시마쨩. 이부키의 당부에 대답하지 않는다. 그는 이부키와 달리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말하는 취미가 없다.
뛰지 않아도 되는데 굳이 뛰는 뒷모습을 본다. 시원한 보폭과 속도와 흩날림을 보고 있으면 달칵, 스위치가 켜진다. 언제나 두고 가는 쪽은 시마였다. 그의 꿈은 매정했다. 하지만 꿈은 반대라고 하니까. 이부키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용서할 수 없는 것도 아니고, 용서하려 애쓰는 것도 아닌. 용서하지 마. 나도 용서하지 않을 거야. 그래서 나는 절대 널 두고 가지—.
꿈에서 깨어난다고 해서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잊지 않고 분주소 문단속을 한다.
그러니 다시 태어날 필요는 없다고.
잠시 멈추었다가 재시작. 시마는 이부키의 뒤를 쫓는다. 저 자식은 빨라서 놓치기 쉬우니까. 파트너는 보조를 맞추는 것이 필수이다. 오늘, 운전석에는 이부키를 앉혀야겠다. 이런 날 시마가 운전대를 잡았다가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폐차는 두 번 다시 하지 않기로 했다.
되돌릴 수 없는 내일에 영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