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기, 잠깐 쉬었다가 해.”
반장의 말에 남자가 옮기던 짐을 내려놓는다. 밥은 먹고 하라며, 날도 더운데 쓰러진다고 반장이 그의 어깨를 두드린다. 남자는 조용히 그를 따라간다.
남자의 점심은 주먹밥과 보리차로 수수하다. 집에서 직접 싸 오냐는 반장의 물음에 남자는 무뚝뚝하게 그렇다고 대답한다. 조용한 식사가 이어진다. 낯가림이 없는 반장이 떠드는 쪽을 맡았고, 남자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거나 맞장구를 쳐주는 그가 먹고 있는 점심만큼이나 수수한 역을 자처한다. 화제는 다양하다. 오늘 아침에 기상청 예보가 틀렸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어제 본 예능이나 지난주 현장에서 벌어진 자잘한 사고나 실수 이야기까지. 이곳저곳을 떠돌던 이야기는 한 군데 내려앉는다. 요즘은 그만두는 사람이 별로 없네. 그만큼 먹고 살기 힘든 사회야. 그쵸, 아무래도. 지옥 같죠.
“아, 자네 이름이···시마, 맞지?”
그러자 남자가 희미하게 웃는다. 맞아요, 시마 카즈미. 기억, 하시네요. 그럼, 같이 일하는 사람끼리 이름 정도는 기억해 놔야지. 반장이 당연하다는 듯 말한다. 보리차를 담은 병에 물방울이 맺힌다. 6월이 지나자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된 탓이다. 그리고 여름에는 더 이상 축하할 수 없는, 남자가 날짜를 헤아리는 중에 반장은 아직 조금 전, 일을 그만두는 것에 관한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는지 이어서 떠든다.
“자네는 왜 이런 데서 일하나 몰라. 아직 젊은데 말이야. 뭐든 할 수 있다고, 자네 나이면.”
“저도 나이는 제법 많은데요."
아냐. 자네는, 어쩐지 여기서 일할 사람으로는 안 보여. 제가요? 그래, 사실 내가 사람 보는 눈 하나는 정확하다니까?
“딱, 보니까 자네는 경찰 같은 거 했으면 잘 맞았겠어.”
남자는 그 말에 픽, 웃음을 흘린다. 그럴 리가요. 다른 건 다해도 경찰은 절대 안 맞아요. 아냐, 키도 크고 힘도 세고 경찰 했으면 잘했겠어. 남자는 반장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 저, 불시 검문 엄청 자주 받아요. 자네가? 머리카락이 길어서 그런가. 그런 문제가 아니에요. 주먹밥을 한 입, 크게 문다. 뭐, 세상에 경찰 말고 직업이 없는 것도 아니니까.
“그래서, 왜 여기서 일하는 거야?”
남자가 눈을 깜박인다. 느리게 감겼다가 열리는 눈꺼풀은 새까매서 무얼 비추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어쩌면 비추고 있는 것이 새까만 바다라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주먹밥이 줄어들지 않는다. 한참 만에 남자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글쎄요, 사람을 죽여서 도망자 신세거든요. 갈 곳이 없네요.
“농담이에요.”
“어휴, 진짜 철렁했네. 나이 든 사람한테 그런 농담 치면 못 써.”
심장 멈추는 줄 알았다고. 그러면 두 명을 죽이게 되는 셈인 거죠, 뭐. 글쎄, 그런 농담은 그만하라니까. 무섭다며 호들갑을 떨던 반장이 도시락의 남은 반찬을 빠르게 해치운다. 먼저 일어나지. 네, 얼른 먹고 복귀하겠습니다. 그래. 남자는 여전히 반쯤 남은 주먹밥과 미지근해진 보리차를 든 채로 그 자리에 앉아 있다. 물방울이 손 위로 쏟아진다.
남자는 가만히 두고 온 것들을 생각한다.
그의 집에는 유골함이 있다.